▲ 전남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 미술 거장 문빅토르 화백 고려인의 역사와 자신의 뿌리를 찾아온 화가, 문빅토르 화백이 전라남도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했다. 1951년생인 그는 고향인 카자흐스탄에서 그동안 그려온 그림들을 한아름 안고 조상의 땅으로 돌아왔다. 그의 정식 정착일은 2024년 3월 1일. 이제 그는 광주라는 도시에서 여생을 미술로 정리하며, 후세를 위한 예술적 유산을 남기고자 한다.카자흐스탄 우슈토베 출신의 고려인 3세인 그는 고려인 최초 정착지에서 태어나, 1975년 알마티 미술대학 졸업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카자흐스탄 국립고려극장에서 주임미술가로, 풍자잡지 아라쉬멜 에서 주임미술가로 일했으며, 대통령궁과 국립미술관을 비롯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집트, 일본, 러시아 등지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된 국제적인 화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그림이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바로 이 땅으로의 귀환 이후였다. 카자흐스탄에선 고려인의 역사를 담은 그림은 단지 소수민족의 이야기 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이곳에선 그것이 우리의 역사 로 받아들여집니다. 의미가 많이 다르죠. 그가 처음 광주를 찾은 것은 1994년의 전시회였다. 2014년 그는 광주에 머물며 그림 작업을 하던 중 지인 도움으로 자신의 성씨가 남평 문씨 임을 알게 되었고, 남평 문씨 탄생설화가 깃든 문바위 에도 직접 다녀왔다. 그때 비로소 내 뿌리를 찾았다 라고 그는 회상한다.그의 가족사는 이주와 망명, 생존과 회귀의 서사로 가득하다. 할아버지가 러시아 연해주로, 이후 카자흐스탄으로 옮겨졌고, 그는 다시 그 여정을 거슬러 한반도로 돌아왔다. 한반도에 돌아온 것은 마치 운명 같아요 라는 그의 말이 단순한 감상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문빅토르 화백은 한국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작업에 한창이다. 중앙아시아에 사는 고려인 아이들이 자신의 뿌리를 이야기 속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의 예술 여정은 어린 시절의 한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저는 카자흐스탄에 우슈토베에서도 깊은 시골 마을, 레닌키츠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주변엔 제대로 된 집도 없었죠. 저는 흙집에 살았는데, 10살 때 엽서에 그려진 지휘관의 얼굴을 벽돌에 부엌칼로 조각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비가 온 후 이웃집 할머니가 그 지휘관의 얼굴을 보고 기절하는 일이 일어났어요. 비 때문에 조각이 기괴하게 변했거든요. 그때 어머니가 종이와 연필을 사주며 집에서 그림을 그리게 했죠. 어머니는 서예를 잘했는데 주변에 그림 그릴 줄 아는 지인분들한테 부탁해 조금씩 그림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후 알마티 미술대학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부하며 지금의 회화 스타일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예술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은 또 있다. 바로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국립고려극장이다. 그는 이 극장에서 주임미술가로 일했다. 당시 조명과 무대 장비가 부족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무대 배경과 의상을 직접 손으로 그리며 무대미술의 전 과정을 책임졌다. 5~10m 크기의 대형 무대화도 직접 그렸고, 흥부놀부 등의 설화 연출에도 깊게 관여했다.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등지로 순회공연도 따라다니며 소품 설치와 철거까지 도맡았다. 고려극장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었다. 고려인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문화 성역이었고, 그에게는 예술가로서의 기반이자 민족적 자각을 일깨워 준 훈련장이었다. 고려극장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 학교였어요. 공동체와 함께 호흡하며, 역사와 문화를 예술로 풀어내는 법을 그곳에서 배웠습니다. 고려극장은 2023년 코이카의 지원으로 무대, 조명, 음향 장비가 현대화됐다. 그는 코이카의 지원을 매우 기쁘게 여기며 그 공간이 앞으로도 고려인의 문화적 자부심을 지켜나가는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 고 전했다. ▲ 문빅토르 화백의 작품 중 <세 자매>.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이름의 세 자매가 함께 이어져 있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가길 바라는 화합의 희망을 담았다. 그에게 전라남도 광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깨닫게 해준 장소이자 예술가로서의 두 번째 탄생을 가능케 한 도시였다. 2017년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광주 우제길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은 그의 작품 세계를 처음으로 한국 사회에 깊이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대의 고통과 역사를 담은 목소리였다.2022년 무릎 인공관절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광주 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광주에 영구 거주할 결심을 한다. 당시 재외동포(F4) 비자를 취득해 정착을 준비했고,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건강도 뚜렷이 호전됐다. 그는 그때를 돌아보며 몸이 나아가자, 마음도 나아지더라 라고 회상했다. 그가 다시 붓을 들 수 있었던 건 단지 의학의 성과가 아니라 사람들의 응원과 공동체의 환대 덕분이었다. 2024년 그는 그간 그린 수많은 그림과 함께 광주로 돌아왔다. 그를 위해 고려인마을에서 2023년부터 미술관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여 고려인마을 종합지원센터 2층 한편을 그의 작업실 겸 전시관으로 조성하기도 했다. 그렇게 태어난 공간이 바로 문빅토르미술관 이다.미술관은 2024년 3월 1일 정식 개관했다. 개관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 〈1937 고려인 강제이주열차〉, 〈우수리스크의 우리 할아버지〉, 〈홍범도 장군〉을 비롯해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아크릴 작품 50여 점이 전시됐다. 회화, 조형, 기록과 증언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은 감상보다는 성찰에 가깝다. 특히 〈1937 고려인 강제이주열차〉는 광주 고려인문화관 타일 벽화로도 제작되어, 지역사회의 공공 기억으로 확장됐다.▲ 한복과 갓을 갖춘 조상을 통해 문 씨 가문의 뿌리를 형상화한 작품 〈고려인 선조〉. 작품의 맨 아래, 양복을 입은 인물은 문빅토르 화백 그 자신이다. 그는 이주와 망명의 기억을 단지 개인의 서사로 남기지 않는다. <우수리스크의 우리 할아버지>는 직접 만나지 못한 조부의 삶을 상상해 그린 작품으로, 민족적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간 고려인 선조에 대한 그리움이 오롯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강제이주의 아픈 기억을 자식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꺼리셨어요. 이는 제가 고려인이라는 정체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했죠. 성인이 되어 외조부가 조선인이며, 가족이 강제이주를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야, 이 역사적 사실을 예술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작품 중 하나가 <우수리스크의 우리 할아버지>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직접 만나지 못한 조부의 삶을 상상하며 고려인의 아픔과 그리움을 표현했지요.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강제이주의 기억을 후대에 전달하는 귀중한 기록물로 남기고자 하는 소망도 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점묘법으로 완성된다. 수만 개의 점으로 형체와 이야기를 쌓아올리는 이 방식은 디지털 회화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아날로그의 집념처럼 보인다. 하나하나 점을 찍는 시간은 제게 명상과도 같습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깊이도 생깁니다. 그의 작업은 느림 에 대한 예찬이며 동시에 기억 에 대한 투쟁이다. 그는 한 점, 한 점에 고려인의 역사와 생존의 흔적을 새기며 말보다 더 오래 남을 언어로 그림을 쓴다.이제 그는 말한다. 광주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해 제가 걸어온 이 길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요. 그의 귀환은 과거를 마주한 복귀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그는 더 이상 떠도는 화가가 아니다. 그는 광주라는 땅 위에서 고려인의 뿌리를 다시 피워 올리고 있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5월, 따뜻한 날씨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 가득하네요. 개소 30주년을 맞은 코이카 파라과이사무소가 현지 국회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또 코이카가 세운 한-베트남 산업기술대학교에서는 53명의 조선 용접 산업 인재가 탄생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고통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는 통합 재활치료센터가 개소했습니다. 이밖에도 KDRT 예비대원 현장안전훈련 실시, 타지키스탄 기후위기 대응 농업 사업 본격화 소식도 함께 확인해 보시죠. 📰 NEWS 1. 파라과이사무소, 파라과이 국회 공로상 수상▲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파라과이 국회에서 열린 한인 이민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왼쪽부터) 라울 라또레(Raul Latorre) 국회 하원의장, 신혜영 코이카 파라과이사무소장, 윤찬식 주파라과이 대한민국대사, 엑토르 피게레도(H ctor Figueredo) 하원의원(한-파라과이 의원친선협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개소 30주년을 맞은 코이카 파라과이사무소가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파라과이 국회로부터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라스 레지덴타스(Las Residentas) 공로상을 받았다.코이카는 1993년 벽촌 식수공급 사업을 시작으로 파라과이와 협력을 맺었다. 1995년에는 코이카 파라과이사무소를 정식 개소했다. 이후 코이카는 파라과이를 중남미 중점협력국으로 지정해 현재까지 총 1억 8,226만 달러(약 2,116억 원)를 지원했다. 또한 30년간 300개 이상 기관에 1,218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하고, 파라과이 공무원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국의 기술과 시스템을 전수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최근에는 파라과이 정부의 수요와 한국의 강점을 결합한 디지털 파트너십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공공행정을 현대화하고 디지털 접근성을 개선함으로써 동반 성장의 길을 만들고 있다. 📰 NEWS 2. 베트남 조선 용접 분야 산업 인재 양성 첫 수료생 배출 ▲ 지난 3월 코이카 베트남 전쟁 피해 집중 지역 취약계층 및 청년층 취업 연계형 직업교육훈련 지원 사업 의 일환으로 진행된 조선 용접 산업 인재 양성 교육 현장 코이카가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각), 베트남 응에안성 한-베트남 산업기술대학교에서 조선 용접 산업 인재 양성 과정 수료식을 열고 53명의 인재를 배출했다. 코이카는 베트남 전쟁 피해 집중 지역 취약계층 및 청년층 취업 연계형 직업교육훈련 지원 사업(2023~2029년 1,200만 달러) 으로 개발도상국에 기술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코이카는 이번 사업 추진을 위해 HD현대중공업 계열사 3개(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및 울산광역시, 울산대학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한국의 조선 용접 전문가는 베트남 응에안성 한-베트남 산업기술대학교에 파견돼 2027년까지 3년간 총 440명을 교육한다. 현지 기술 강사들은 한국에서 연수를 받고, 수료생의 경우 국내외 조선 관련 산업 현장에서의 취업 기회를 얻는다. 코이카는 이번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 협력국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 NEWS 3. 팔레스타인 통합 재활치료센터 개소▲ 코이카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공공 재활치료센터 건립 및 역량 강화 사업 의 일환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 건립한 재활치료센터 모습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오랜 시간 고통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주민들이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코이카는 지난 5월 6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있는 라말라(Ramallah)와 쿼바티야(Qabatiya) 2개 도시에 각각 재활치료센터 를 열었다. 신체‧정서‧언어 등 다양한 장애를 아우르는 서안지구 최초의 통합적인 재활치료센터다. 재활치료센터에는 작업치료실, 물리치료실, 언어치료실, 정신건강 상담실 등을 마련했다. VR 기반 보행 균형 훈련 시스템, 인지 재활에 활용되는 3D 인터랙티브 장비 등 현대적인 시설도 갖췄다. 이번 재활치료센터 개소는 코이카가 세계보건기구(WHO)와 손잡고 2021년부터 추진 중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공공 재활치료센터 건립 및 역량 강화 사업 의 결과물 중 하나다. 코이카는 사업을 통해 시설 지원 외에도 현지 의료 인력을 대상으로 현장 교육을 실시해 의료 전문성 강화에 기여하고, 센터 표준 운영 가이드라인 개발 등을 진행해 센터 운용에도 도움을 주었다. 📰 NEWS 4. 유엔난민기구와 KDRT 예비대원 현장안전훈련 실시▲ 지난 4월 21~25일 KDRT 예비대원을 대상으로 태국 후아힌에서 실시한 현장안전훈련 에서 대원들이 교관에게 교육받고 있다. 코이카가 유엔난민기구(UNHCR)와 지난 4월 21일부터 25일(현지 시각)까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orea Disaster Relief Team, 이하 KDRT) 예비대원을 대상으로 태국 후아힌(Hua Hin)에서 현장안전훈련(Safety in Field) 을 실시했다. 코이카, 국립중앙의료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소속 KDRT 예비대원 총 22명이 참가한 이번 훈련은 인도적 재난 현장에서 필요한 안전 지식 함양 및 긴급 대응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됐다.KDRT 예비대원인 코이카 긴급대응팀 허진복 대리는 이번 훈련은 이국적인 현장에서 실습 중심으로 이루어져 실제 파견 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긴급 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다 고 평가했다. 📰 NEWS 5. 타지키스탄 기후위기 대응 농업 사업 본격화▲ 지난 5월 16일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 있는 토지개간관개청에서 홍석화 코이카 지역사업II 본부 이사(오른쪽)와 다브랏조다 자파르벡(Davlatzoda Zafarbek) 타지키스탄 관개청장이 타지키스탄 농업용수 관개 관리 현대화 지원 사업에 대한 협의의사록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코이카는 지난 5월 16일(현지 시각) 타지키스탄 정부와 기후변화 회복력 강화를 위한 농업 분야 2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의 협의의사록(Record of Discussion, RD)을 체결했다. 타지키스탄은 국토의 93%가 산지여서 농지가 부족하고, 농업 구조도 목화 등 일부 특정 작물에 편중돼 있다. 또한 최근 기후변화로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농민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코이카는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1,850만 달러(약 257억 원)를 투입해 농업용수 관개 관리와 시설 원예농업의 현대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친다. 이번 사업을 통해 루다키(Rudaki), 히소르(Hisor) 지역을 중심으로 농업 시설 개선, 생산성 향상 및 생산품 판로 개척 등 농업 전 분야에 걸쳐 종합적인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코이카는 타지키스탄 소규모 농가의 기후변화 회복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타지키스탄 정부는 한국의 수자원 관리 경험을 공유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한 중등학교 교실. 몇 해 전만 해도 흙바닥과 낡은 책상, 손때 묻은 교과서들이 이곳 풍경이었다. 이제는 학생들이 편히 공부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 ICT를 활용한 교육 환경, 실험 기자재로 채워졌다. 2018년부터 코이카에서 추진한 중등교육 질 향상을 위한 통합적 교육 환경 개선 사업 덕분이다. 2024년까지 7년간 1,000만 달러(약 1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이 사업은 교원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 인프라 개선, 지역사회 참여 확대 등 종합적 지원을 목표로 진행됐다. 단순히 학교를 짓거나 기자재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학생과 교사의 교육 방식을 바꾸는 데 집중한 것이다. ▲ 코이카 사업을 통해 신축된 과학실험실과 신규 실험실 기자재를 활용해 학생들이 실습하고 있다. 잔지바르의 중등교육 시스템은 오랫동안 학습 효과가 낮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특히 현지 교사들의 교수법이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고, 학생 중심의 참여형 수업이 부족했다. 코이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중심의 교육방법론 개발 ▶교사 연수 프로그램 운영 ▶교원연수센터(TC, Teacher Center)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다. 잔지바르 교육 직업훈련부 관계자는 그동안 중등교육이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수업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부족했다 라며 코이카 프로젝트는 교사들이 실제 교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수법을 제공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도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고 말했다. 교사 연수는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 학생이 주도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학습자 중심 교육(learner-centered pedagogy) 을 도입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교원연수센터 10곳을 중심으로 1,000명이 넘는 교사들이 연수를 받았다. 연수를 통해 양성된 마스터 트레이너 40명과 리소스 트레이너 125명은 동료 교사에게 새로운 교수법을 전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연수를 수료한 교원이 학생들에게 과학 실험 기자재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열악한 학습 환경도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었다. 낡고 부족한 교재, 실험 기자재가 없는 과학실, 교실 공간 부족 등은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떨어뜨린다. 코이카는 ▶중등학교 교수 환경 개선 ▶교원연수센터 인프라 보강 ▶과학실험실 및 ICT 교육 공간 조성 등을 목표로 환경 개선 사업을 벌였다.지금까지 20여 개 학교에 과학실험실, 도서관 등 시설을 정비하고 ICT를 활용한 학습 환경 개선이 이뤄졌다. 각 학교에 학습 기자재도 지원했다. 특히 학생들의 건강과 위생을 고려해 화장실과 위생시설(WASH) 인프라도 구축했다. 위생시설 마련으로 여학생들은 학교를 쉬지 않고 꾸준히 나올 수 있게 됐다.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발생한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라디오를 활용한 교육방송을 마련하기도 했다. 코이카는 TV 보급률 39.6%보다 라디오 보급률이 62.4%에 달할 정도로 높고 청소년들이 있는 집에는 라디오가 대부분 구비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휴교령이 내려진 직후부터 교육부와 방송국이 함께 교육방송을 제작했다. 이어 2021년에는 태양광 라디오 충전시설과 태양광 라디오를 보급하기도 했다. ▲ 신축 과학실험실 전경 교육의 변화는 교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코이카는 지역사회도 교육 개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원회(SMC, School Management Committee)를 활성화하는 데 집중했다. 학교가 단순히 교사와 학생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일부가 될 때 교육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사, 학부모, 지역 인사들로 구성돼 학교 운영과 학생 교육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코이카는 이들을 대상으로 학교 운영 모니터링 방법을 교육하고 학교보고서(School Quality Report) 를 도입해 지역사회가 직접 학교의 교육 질을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환경 개선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며 자녀들의 교육이 지역 발전의 핵심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고 말했다. 이 사업을 통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학생들의 성취도 향상이다. 잔지바르 기초교육은 12년 과정이다. 교육 직업훈련부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중등학교(Form 1-4) 입학률은 74.4%로 11만 5,352명에 이른다. 사립학교 등록인원 8,628명에 비하면 상당한 규모다. 다만 교육 직업훈련부의 시험점수 분석 결과, 중등교육 졸업시험인 Form 4 시험 결과는 사립학교에 비해 공립학교의 시험 통과율이 현저히 떨어져 공교육 정상화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사업 결과, 대상 학교 중등 4학년의 영어, 수학, 과학 성취도가 크게 향상됐으며,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증가했다. 코이카는 학교 운영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도록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정부 차원에서 지속하고 정책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탄자니아 정부와 협력해 학교보고서 시스템과 교원연수센터를 활용한 연수 프로그램을 잔지바르 전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2025.03.18
▲ 2023년 KOICA 캄보디아 해외봉사 160기 수료식 사진(맨 오른쪽 흰 티를 입은 사람이 필자다) 한국에서 일하다 금의환향한 이주노동자의 성공 스토리는 이제 꽤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나의 고국 캄보디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내 주변에도 한국에서 번 돈으로 땅도 사고, 집도 사고,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캄보디아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국에 가면 부자가 될 수 있다 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2014년, 나 또한 크나큰 포부를 안고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전기공장과 식품공장 등에서 일했다. 운이 좋아 공장에서 좋은 분을 많이 만났다. 사장님은 인품이 좋으셨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친절해 낯선 타국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었다. 5년 뒤 취업비자가 만료되어 캄보디아로 돌아와야 했다. 나는 아쉬웠지만 한국의 따뜻한 정을 생각하며 꼭 다시 가리라 다짐했다. 그 다짐을 잊지 않고 캄보디아에 돌아가서도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했다. 덕분에 내겐 다시 한국에 갈 기회가 생겼다. 부천대학교 어학당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다시 돌아간 한국은 여전히 따뜻한 곳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한국을 보고 느낀 2년여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오래오래 한국에 머물고 싶었지만 집안에 갑작스레 일이 생겨 결국 공부를 중단하고 캄보디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을 땐 너무나 슬펐다.▲ 160기 봉사단 문화탐방갑자기 계획이 틀어져 앞이 깜깜하고 막막했다. 한국에서 이루리라 다짐했던 꿈도 물 건너가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그러던 중 아는 사람에게 코이카 에 대해 듣게 되었다. 코이카는 한국의 정부 기관으로 캄보디아에 사무소를 두고 한국인 직원을 파견해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준다고 했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한국에 갔는데 그들은 편안한 한국 생활을 뒤로하고 캄보디아를 돕기 위해 오다니! 놀라움과 동시에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코이카 캄보디아사무소에 지원해 2022년 말에 입사한 나는 벌써 3년째 현지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코이카 해외사무소에는 한국인 직원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직원들도 함께 일한다. 캄보디아사무소에는 나를 비롯해 13명의 현지 직원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사무소의 경우 교육, 보건, 농촌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35개 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현지 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이 중에서도 일반봉사단 20명과 중기봉사단 52명이 캄보디아의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나의 핵심 업무다. 예를 들어 비자 발급, 은행 계좌 개설, 휴대폰 개통 등 현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단짝친구처럼 옆에 붙어서 꼼꼼히 챙기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한국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내가 한국인들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여기서 내가 만난 봉사단원들은 IT 기술자부터 교사까지 직업도 성격도 정말 다양하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 라는 일념으로 내 나라 캄보디아에 와준 한국인들이 참 고맙다. 그래서 나는 이들이 현지 문화를 쉽게 이해하도록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내가 다니는 왕립 프놈펜대학교(RUPP)의 한국어학과 교수님께 캄보디아의 명절, 예절, 언어, 사회적 특징 등을 주제로 매달 강의를 요청해 캄보디아 문화 이해 세션 이라는 강좌를 진행했다. 나도 한국에 처음 갔을 때 예의범절, 생활습관 등을 몰라 당황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4 캄보디아 연수생동창회(CAMKAA)-WFK봉사단 합동 사회공헌활동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의 문화를 모두 아는 교수님이 두 나라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해 준 덕분에 봉사단원들은 빠르게 캄보디아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강의뿐 아니라 문화유적지 방문, 캄보디아 음식 만들기 등 여러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이뤄져 단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유익한 강좌를 마련해줘서 캄보디아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라며 고마워하는 단원들을 보면서 나 또한 기뻤다.현지 곳곳에서 활동하던 봉사단원들은 사무소에 방문할 때마다 꼭 나를 찾아와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그때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또한 그들은 내 나라 캄보디아를 누구보다 사랑해 준다. 내가 한국을 사랑하는 만큼 캄보디아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니 너무 멋진 일 아닌가?지난해부터 나는 이들에게 더 큰 도움을 주고자 왕립 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에 진학했다. 봉사단 업무 외에 비자, 세금 등 행정 업무까지 지원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지만 한국어가 더 능숙해지면 단원들의 어려움을 지금보다 신속히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부족한 시간을 쪼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졸업 후 가능하다면 한국에 석사과정을 밟으러 가고 싶다.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해 한국과 캄보디아를 위해서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한국에서 번 돈으로 땅도 사고 건물도 산 사람들이 이제는 부럽지 않다. 큰돈을 가진 부자보다 양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내가 느끼는 자부심이 더 크기 때문이다.
2025.03.18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한 3월, 코이카에는 어떤 반가운 소식들이 전해졌을까요? 장원삼 이사장이 중남미 4개국을 방문해 맞춤형 ODA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우리 기업의 세계 ODA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 도 성황리에 개최됐습니다. 이 밖에 우간다 원격교육환경 조성사업 착수식, 코이카 웹드라마 개발남녀 가 2024 앤어워드 디지털 광고 & 캠페인 부문 위너 를 수상했다는 소식도 함께 확인해 보시죠. 📰 NEWS 1. 장원삼 이사장, 중남미 4개국 순방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오른쪽)이 5일 오전(현지시각)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 대통령궁에서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대통령을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원삼 이사장은 지난 3월 2~13일 멕시코, 과테말라, 콜롬비아, 페루를 방문해 각국 정부 인사들과 개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ODA 사업 현장을 점검했다. 멕시코에서는 국제개발협력청(AMEXCID)과 삼각협력 및 개발협력 강화를 논의하고, 믹타(MIKTA)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 과테말라에서는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대통령과 만나 경제발전 및 인프라 협력을 논의하고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했다. 콜롬비아에서는 국제협력청(APC)과 무상원조 기본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삼각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페루에서는 코이카의 폐기물 관리 사업 현장을 점검하고, 이민청 출입국 행정서비스 개선 사업 협의의사록을 체결했다. 이번 순방을 통해 코이카는 중남미 지역에 특화된 맞춤형 ODA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한 개발협력 범위를 중미 카리브 지역까지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 NEWS 2.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 성황리 개최 코이카가 지난 3월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2025년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 를 개최했다. 코이카는 지난 3월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기업 및 유관기관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 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1부에서는 한국 ODA 유무상 개발협력사업 참여 방안 을 주제로 ▲코이카 ODA 조달 참여 방안 및 2025년 발주계획 ▲코이카 기업협력프로그램 공모 참여 방안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ODA 조달사업 참여 방안 순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2부에서는 글로벌 ODA 진출전략 및 우수사례 소개 를 주제로 ▲글로벌 ODA 기업진출전략 및 다자개발은행(MDB) 한국 신탁기금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사업 참여방안 ▲글로벌 ODA 사업 참여를 통한 우리 기업 해외 진출 우수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한편 이날 행사장 밖에는 홍보 및 상담 부스가 마련됐으며, 12일에는 코이카 해외사무소장과의 온라인 컨설팅도 운영했다. 📰 NEWS 3. 수출입은행과 우간다 마케레레대학교 교육환경 혁신 착수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마케레레 대학에서 열린 '우간다 마케레레 대학 원격교육환경 조성사업 착수식'에 참석한 박성수 주 우간다 대한민국 대사(앞줄 가운데)와 존 무잉고(John Muyingo) 우간다 고등교육 국무장관(앞줄 왼쪽)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코이카는 지난 2월 28일, 우간다 마케레레대학교에서 원격교육환경 조성사업 착수식을 개최했다. 이번 사업은 코이카가 우간다 고등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원격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총 1,220만 달러를 투입하는 ODA 프로젝트다. 이번 사업은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한국수출입은행과 협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수출입은행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약 1억 6,200만 달러 상당 차관을 제공해 우간다 마케레레대학 교육개선사업 을 진행할 예정이다. 코이카가 디지털 교육과 원격교육 역량강화를 맡아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대외경제협력기금이 유상원조를 통해 인프라를 맡는 등 역할을 분담한다. 이를 통해 유무상 원조 연계의 복합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 NEWS 4. 웹드라마 개발남녀 2024 앤어워드 디지털 광고 & 캠페인 부문 위너 수상 코이카 제작 웹드라마 <개발남녀> 대표 포스터 코이카가 제작한 웹드라마 개발남녀 가 2024 앤어워드(A.N.D Award) 디지털 광고 & 캠페인 부문에서 위너(Winner) 를 수상했다. 작년 10월 코이카가 공개한 2편짜리 웹드라마 '개발남녀'는 국제개발협력과 IT 분야에 종사하는 소개팅 남녀 간 개발 에 대한 해석 차이로 벌어지는 해프닝을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로, 공개 일주일 만에 SNS(유튜브, 인스타그램) 조회 수 175만 회를 기록했다. 개발남녀 는 웹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기관과 기관의 업무를 홍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코이카는 지난 달, 피코(PeKO) 평화의 숲 팝업스토어로 2024 대한민국 팝업스토어 어워즈 캐릭터/웹툰/애니메이션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코이카의 캐릭터 피코가 비밀의 정원에 손님을 초대한다는 콘셉트로 꾸며진 피코 평와의 숲 은 평화와 국제개발협력의 가치를 자연스레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25.03.18